Lee eunjung
V I L L A G E
“캔버스는 소설의 한 장면을 담아내는 도구였고, 형태와 구도는 그 소설의 등장인물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내내 다음 작품의 이미지가 덧붙여지는 만큼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 위엔 길쭉한 사람들이 춤을 추었으며 무리를 지어 강강수월래를 하기도 하고 알록달록 현란한 카니발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바람처럼 흩날리며 유유히 흐르는 넓은 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화려한 색을 악기로 삼아 클래식과 팝 등 다채로운 음악들이 들리곤 했다.”
이전의 작업 소재였던 매듭 시리즈는 추상적인 관계를 구체화시킨 이미지였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을 다시 살펴보던 중 회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 요소 중 하나라 여겼던 리듬감, 경쾌함, 변화의 요소를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 이런 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개인전이 끝난 후 부터 캔버스 위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들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누구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캔버스 앞에서 아주 간단한 위치만 설정해 둔채 화면 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예를들면 village7 에서 *가족의 형상을 담아내었고, village13 에서 개인 내적으로 얽혀있는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Village5는 거대한 사회적 담론에 대항하는 소수의 단체, village4 는 그에게 포섭되지 않으려 재빠르게 달려가는 집합체를 떠올렸다. Village 10 은 다재 다능한 개인이 모이면 형성되는 단체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특히 village8 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던 흰색의 테두리를 사용하여 우리 사회는 수직적 계층이 있지만 기존의 검정 테두리보다 명확한 테두리가 아니기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개인적인 삶 속에서 체득하거나 감각으로 수용된 이야기를 담았으며 이미지로 응축한 것이다.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상상하고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를 기쁘게 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작품를 통해 그 힘과 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2023년 4월 3일 오후 8:24
어느 지점의 당신에게,
전시를 통해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멋드러지고 진취적인 혹은 지식인의 문장으로 생각해보기를 권유하기 보다는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지점 혹은 대상을 만들어 당신에게 그림을 해석해보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증명해 줄 것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사회를 꾸려 살고 있는지, 사회 속에서 분화되는 단체는 얼마나 많은지, 많은 단체들에 걸쳐진 개인은 다양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 가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과 경험은 다르죠. 그렇기에 당신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행위는 우리 둘을 포함해 이 전시를 관람하는 모두와 즐거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